전시의 제목 “미모사”는 작가가 유학시절 학교 주변을 거닐 때 자주 마주친 꽃나무의 이름이며 프랑스 시인 프랑시스 퐁주(Francis Ponge, 1899-1988)의 산문시 「미모사」(1952)로부터 가져온 단어이기도 하다. 이은영은 퐁주가 「미모사」에서 보여준 언어에 대한 탐구와 변형, 유희를 통한 표현 방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미모사”라는 단어 혹은 경험과 연결된 개인적 심상을 자유롭게 중첩시키고 연쇄시키는 방법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즉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들은 모두 미모사의 눈부신 흐드러짐과 달콤하고 화사한 향기로부터 시작된 심상의 연쇄와 전이를 바탕으로 한다. 산책길에 자주 마주친 미모사, 그 미모사의 수술과 암술, 그 미모사 옆 울타리, 미모사를 술장식으로 비유한 퐁주의 시구, 술장식과 비슷한 구슬장식, 작은 구슬처럼 생긴 미모사 꽃망울... 이는 퐁주가 「미모사」에서 보여준, 수많은 우회로를 거쳐 “내가 없는 미모사”를 향해 다가가는 방법과 태도에 잇닿아 있다. 나아가 잊혀진 기억의 파편들이 우리에게로 다시 돌아오는 방식, 그것들이 구체적인 형태를 얻었을 때 드러나는 새로운 의미에 주목해 온 이은영 작업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은영은 이번 전시와 작품들이 미모사로부터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미모사가 아닐 수도 있음에 주목한다. 오히려 작품 스스로가 드러내는 새로운 서사와 기호 체계의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전시의 제목은 미모사라는 대상을 분명하게 지시하지만 개별 작품들은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요소들이 뭉쳐진, 사뭇 추상적인 형태를 띄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다양한 심상들이 시각화되고 자연스럽게 서로 결합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와 경계들로 인한 낯선 감각들이 뒤엉켜 있는 비정형의 덩어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작가는, 동시에, 미모사를 향한 명확한 참조물을 작품 사이 사이에 (숨겨)놓기도 했다. 황동으로 주조한 미모사 가지 혹은 미모사 특유의 눈부신 노란색 등등. 이들은 참조점이자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식의 누빔점이기도 하다. 기표와 기의가 순간적으로나마 만나 의미를 생성시키는 고정점, 미모사로부터 시작된 심상의 연쇄와 전이가 끝없는 반복으로 그 목적지를 완전히 상실해 버리는 일을 방지하는 걸림 장치이다. 이은영은 이러한 비정형의 덩어리들이, 때로는 홀로 동시에 함께,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기를 기대하고 있다.